안녕하세요.
상담심리사 Jove 입니다.
지난 집단상담 포스팅에 이어, 오늘은 [집단상담에서 중요한 치료적 요인]들 중 8번째, '대인관계 학습'에 대한 내용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얄롬은 이 [대인관계 학습]을, 자신의 저서인 [집단정신치료의 이론과 실제]의 한 파트로 쓸 만큼 꽤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내용은 두 포스팅으로 나누어 작성할 것 같아요.
아래 표로 얄롬이 언급한 집단상담의 치료적 요인들과-위 책 내용과의 관련성을 정리해봤으니 참고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얄롬의 머리에 집단상담 지도가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1 | 희망심어주기 | 1장 치료적 요인들 |
2 | 보편성 | |
3 | 정보전달 | |
4 | 이타주의 | |
5 | 초기 가족의 교정적 재현 | 1장 치료적 요인들 및 4장 치료적 요인들:통합(117p) |
6 | 사회화기술의 발달 | 1장 치료적 요인들 |
7 | 모방행동 | 1장 치료적 요인들 및 4장 치료적 요인들:통합(115p) |
8 | 대인관계 학습 | 2장 대인관계의 중요성(본 포스팅) 교정적정서체험(본 포스팅) 축소된 사회로서의 집단(다음 포스팅) |
9 | 집단 응집력 | 3장 집단응집력의 중요성, 행위의 기제 |
10 | 정화 | 4장 치료적 요인들:통합 |
11 | 실존적 요인들 |
대인관계의 중요성
많은 심리적 병리는 생애 초기 중요 인물과의 관계에서 기원합니다.
표면적으로 현재 문제를 호소할지라도, 그 기원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생애 초기 문제로 인한 것일 때가 많다는 것을, 상담을 하며 저는 늘 느끼게 됩니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해리스택설리번Harry Stack Sullivan은 '성격은 거의 전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발달과정 중에 있는 아이는 안정을 추구하면서, 환영받는 자아의 특질과 측면들은 개발하고 강조하지만, 비난받는 자아의 특질과 측면은 억압하거나 부정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41p). 그리고 이러한 정신 작용은 혼자서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이 어른으로 성장한 후 /왜곡된 렌즈를 끼고 관계를 보는 것/으로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설리번은 '관계왜곡'이라는 용어로 이러한 병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타인 관계에서, 타인을 현실의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자신과 관계했던 인물로 지각하고 그(자신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인격화된 인물=personification)와 관계를 맺을 때, 관계왜곡은 일어납니다. 이는 전이와도 비슷한 개념이며, 무의식적 차원에서 일어나기에 머리로는 이해해도 일어나지 않도록 컨트롤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왜곡은 영속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대개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A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A는 다른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자신(A)를 싫어하는 것처럼 지각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단서(예를 들면, '날 보고 한숨을 쉬었다' 등)를 찾으며 '아, 저 사람 나를 거부하네'로 잘못 지각합니다. 타인의 자세한 상황이나 감정에 에 대한 이해는 뒤로 하고요. 그리고 A는 결과적으로 타인이 A자신을 대할 때, 실제로 거부적이 되도록 유도하게 되죠(누가 날 거부하는 사람에게 잘 대해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타인은 결국 A라는 인물을 거부하게 됩니다. A는 타인의 거부가 너무 싫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거부를 스스로 초래하도록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42p)
일련의 과정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부르는데요. 집단치료에서는 이러한 관계 왜곡이, 다른 집단원들의 합의적 검증(consensaul validation)을 통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사건을 보는 다른 집단원들의 관점을 견본으로 삼아, 자신의 왜곡을 고치는 것입니다.
얄롬은 상담의 목표가 고통 완화에서 대인관계적으로 변하는 것은 역동적 치료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필수라고 말합니다(44p). 상담으로는 사실 우울이나, 불안이라는 증상 자체를 단시간에 없애기 어렵습니다(증상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면 상담보다는 약물 복용이 우선될 수 있습니다).
아까 많은 심리적 병리가 생애 초기 중요 인물과의 관계에서 기원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지요. 따라서 현재 우울이나 불안을 겪고 있다면, 이러한 우울이나 불안을 대인관계적 측면으로 바꿔서 바라보고 정의내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마음 깊은 곳에 깔린 대인관계적 병리를 알아내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단기적으로 하는 것이 집단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치료는 기본적으로 관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무감각하고 냉담하며 승인과 거부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교도소 재소자들도, 집단을 하면서는 타인 반응를 몹시 걱정하고 신경썼다는 내용(45-46p)이 있습니다. 이처럼 얄롬은 대인관계 욕구, 사회적 관계욕구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관심없다'라고 말하며 사회관계로부터 멀어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실은 너무나 소속되고 싶고 타인의 영향을 잘 받기 때문에 멀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따라서 아무리 관계에 관심이 없어보이더라도, 깊은 수준에서는 우리는 서로에게 늘 관심이 있습니다. 관련해서 얄롬이 이야기한 재밌는 내용이 있어 여기에 씁니다. '사람들은 권태 때문에 치료 집단을 떠나지 않는다. 조롱, 모욕, 두려움, 의기소침, 수치, 공포, 미움은 믿어라! 그러나 무관심은 믿지 말라!(47p)'
교정적 정서체험
정신분석 연구자 Franz Alexander는 '치료의 기본원칙은 과거 처리할 수 없었던 정서적 상황에 환자를 보다 우호적인 환경에서 노출시키는 것이다. 환자가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이전의 외상적 경험을 수정하기에 적당한 교정적 정서체험을 겪어야만 한다(47p)'고 하였습니다.
내담자가 치료자를 대하며, 전이 현상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내담자는 치료자에게 과거에 맺었던 중요한 인물을 투사하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상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러나, 치료자 또한 현실의 한 개인이요 사람이므로, 이러한 투사적 상과 관계 맺는 것은 결국 부적절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내담자가 일상을 살아가며 맞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이러한 사실을 내담자로 하여금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심리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얄롬은 '변화는 환자의 병리적인 신념이 잘못되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지금-여기의 의미있는 관계 경험을 통해서 일어난다(47p)'고 하였습니다.
치료집단에 참여하면, 생애 초 원시적인 감정들-부모에게 관심받길 원하는 욕구, 형제 간 경쟁, 권력에 대한 욕구, 전이나 관계 왜곡, 세대 간 갈등, 가치차이, 성적 긴장 등이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마음이 치료되기 위해서는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지금-여기에서의 의미있는 경험, 즉 교정적 정서체험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러한 교정적 정서체험을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한데, 첫번째: 집단원들은 이런 긴장이 솔직히 표현될 수 있도록 집단을 안전하고 지지적인 장으로 경험해야 하고, 두번째: 효과적인 현실검증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참여, 솔직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48p)고 하네요.
또한 얄롬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어 적어둡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강하게 체험해야하지만, 또한 이성의 기능을 사용하여 그 정서 체험의 의미를 이해하여야만 한다.'(50p) → 정리하면, 강렬한 정서 경험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는 하나, 여기서 인지적 요소(지적 요소), 즉 감정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집단 경험이 부족하게 끝나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얄롬은 변화의 핵심으로서 '지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집단상담에서 중요한 치료적 요소 중 하나인 대인관계 학습에서, '대인관계의 중요성'과 '교정적정서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축소된 사회로서의 집단'에 대해 적어보도록 할게요.
*본 내용은 얄롬 저서 [집단정신치료의 이론과 실제(하나의학사)]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많이 참고한 내용은 옆에 쪽수를 적어두었으니 참고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