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담심리사 jove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얄롬이 이야기한 집단에서 치료적 요인 11가지 중 8번째, [대인관계 학습]에서, 대인관계의 중요성과 교정적 정서체험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오늘은 대인관계학습 챕터 나머지 내용, 축소된 사회로서의 집단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축소된 사회로서의 집단
집단이 진행될수록, 처음의 낯설음과 긴장은 조금씩 가라앉고 집단원들은 점차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됩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행동한다'는 말은, 본래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관계 맺는대로, 치료집단에서도 관계를 맺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대인관계적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싶지 않더라도 컨트롤 하기가 어렵고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집단원들은 자신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면 집단은 관계에서의 병리가 생생히 드러나는, 바로 그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51-52p)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나의 행동은 (비디오로 찍어서 보지 않는 이상은) 스스로 볼 수 없어 인식이 어렵고, 이것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추어질 지는 더욱 무지할 수 있습니다(여담이지만 실은 이런 점에서 연예인이나 배우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모니터링 해야할 테니까요). 얄롬은 성격적 병리 문제는 종종 개인이 스스로 보고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병리가 자기 구조 안에 너무 깊이 동화되어 있어, 의식적으로는 자각이 어렵기 때문(52p)입니다.
집단원이 가진 문제(병리)에 따라, 잘 드러나고 단 기간에 파악하기 쉬운 병리가 있으며, 몇 개월이 걸릴 만큼 관찰하고 파악하는 데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한 병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집단 초기에는 명백히 병리를 가진 집단원을 다루게 됩니다. 문제가 겉으로 잘 나타나기 때문이겠지요. 이를 보니 자신에게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일수록 문제가 더 깊은 수준에서, 천천히 드러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집단이 진행되면, 집단원들은 그들만의 작은 사회를 만듭니다. 상호작용이 활발할수록 집단은 발달되고, 집단원들은 방심하며 자기의식없이 행동하게 되어, 집단 자체가 '하나의 진짜 사회'처럼 굴러가게 됩니다. 그러면 집단원들의 문제 행동과 병리 또한 더욱 잘 나타나고 다루어지겠죠. 얄롬은 집단 모임이 '하나의 살아있는 드라마'라고 했습니다(60-63p).
집단원들의 부적응적 대처양상은 반복해서 드러나므로 집단원들은 이를 이해해 볼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병리적 신념이 바뀌려면, 집단원들이 명확하고 유용한 피드백을 받아야 하지요. 피드백 전달 방식이 너무 강하거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게 되면, 피드백 받는 집단원은 이러한 피드백을 소화해내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집단원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61p)
얄롬은 여기서 상호주관적 모델을 제시하는데요, 이는 우리의 관계나 의미, 패턴은 외적인 영향에 의해 명령받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든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집단 지도자와 다른 집단원들이 집단에서 전체 경험의 구성 뿐만아니라 지금 여기의 경험에서 서로의 행동에 기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어떤 집단원의 행동이 상당히 도발적이라고 했을 때, '그 도발적 집단원의 행동에 내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실제 동기와 염원을 고려하지 않고 타인을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서 미리 결정된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인 것처럼 생각 없이 영입해버리기 때문에, 타인의 내적 세계에 대한 이해가 없이 관계는 혼란스럽고 좌절되며, 그 상태가 반복되게 됩니다. 따라서 집단원들이 서로에 대해 공감적 이해에 도달하려면 개인 행동의 근원적 의미와 그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62p). 집단원들 서로가 함께 주고받는 행동의 깊은 의미들이, 모두 밝혀지고 처리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죠.
축소된 사회에서, 서로의 행동양식에 대한 인식
치료자들은 확실한 증거를 필요로 하므로, 일정 기간 동안 반복되는 패턴과 많은 다른 집단원 대다수의 반응(합의적 검증이라 불리는)을 찾으며 + 가장 가치 있는 증거로서 (치료자)자신의 정서적 반응을 살핍니다. 이는 관계적 모델에서 필수적인 치료자의 기능입니다.
만약 우리가 한 집단원의 대인관계적 행동에 말려들었다면 그의 행동에 대한 우리 반응은 그 집단원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최상의 대인관계적 정보이므로, 이때 우리의 의도와 마음을 잘 관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반응이, 실패가 아니라 귀중한 정보로서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얄롬은 '치료자 기능이 치료적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내담자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으레 유발하는 행동을 치료자가 하지 않고, 내담자의 행동에 말려들지 않을 때만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치료자가 객관성을 회복하거나 유지하게 되면, 내담자(집단원)는 대인관계 양상에 대한 의미있는 피드백을 얻게 됩니다. (64p)
따라서 이러한 객관성을 발달시키기 위해 치료자는 자신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고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 또한 끊임없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얄롬이 언급한 집단원의 말이 인상적이라 올려봅니다.
'오랫동안 저는 집단이 꾸며진 경험을 하는 자연스런 장소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후에 저는 그 반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집단은 자연스런 경험을 하는 꾸며진 장소입니다.'
얄롬은 '심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집단원들은 물리적으로 같은 방 안에서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모이는 것보다 무한대로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낸다'고 말하였습니다. 이처럼 집단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심적으로 의지하고, 집중하며, 개방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므로, 집단원들은 실제 현실에 있는 누구보다도 더 서로를 실제 사람으로 여기고 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점에서 치료자(집단 리더)는, 집단원들이 치료자 자신과의 관계보다 집단원 서로의 상호작용, 그리고 집단원들이 관계에서 얻는 훈습에 초점을 맞추도록 조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집단원들 서로가 집단에 참여하고 피드백 하는 과정 자체가 더 치료적이기 때문이죠. 이는 후속 연구에서 많은 집단 참여자들이, '치료자가 아닌 집단원들이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지지되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집단 치료의 중요한 치료적 요인] 중 또 다른 내용, [집단 응집성]에 대한 내용을 가지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본 내용은 얄롬의 저서 [집단정신치료의 이론과 실제(하나의학사)]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많이 참고한 내용은 옆에 쪽수를 적어두었으니 참고해서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