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담심리사 Jove 입니다.
오늘은 자기애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언뜻 보면 자기애는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지만, 사실상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애는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기애의 어원
여러분은 자기애라는 말이 어디서 왔는지 아시나요?
이를 알기 위해 우선 자기애의 영어 말과 그 기원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데요.
자기애는 영어로 narcissism, 나르시시즘입니다. 그리고 이 말에서 '나르시스트'라는 말이 유래하기도 하였죠. 요새는 관계가 힘든 분들이 많은 탓에, [나르시스트에게 당하지 않는 법], [나르시스트 구분하기].. 등의 내용을 가진 유튜브 영상이 유행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이 narcissism은 어디서 기원했을까요?
네, 바로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나르키소스라는 등장인물에서 이 말이 기원을 했지요.
그리스 신화, 나르시스/나르키소스
그렇다면 이 '자기애'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 나르시스, 나르키소스는 누구인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신화에서 나르키소스(Narkissos)는, 엄청난 미모를 가진 미소년으로 표현이 됩니다. 너무 예뻐서 모든 요정들과 사람들의 구애를 받았지만,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콧대가 너무 높은 나머지..남들의 구애를 받아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르키소스에게 구애를 했던 요정 중에는 Echo에코(다른 남자라는 설도 있음)라는 요정도 있었는데요. 에코는 나르키소스의 거절에 엄청나게 절망하다, 결국 복수의 화신인 네메시스에게, '나르키소스에게 저주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하게 됩니다.
(나르키소스는 에코의 구애를 거절하며 굉장히 상처주는 말을 합니다만 이런 자세한 이야기까지 하려면 너무 길어져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무위키_나르키소스 웹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그래서 나르키소스는 어떻게 됐는가?
복수의 화신 네메시스는 이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호수를 지나치다 물에 비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나르키소스는 그 형상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나르키소스는 식음을 전폐하고 호수만 들여다보다 그대로 물에 빠져 익사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꽃이 피어났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수선화죠. 수선화꽃은 영어로 narcissus flower 인데요. 꽃의 모양은 물가 근처에서 고개를 숙여 자신을 들여다보는 나르키소스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자기애는 자기사랑일까?
그리스 신화에서 자기 모습에 빠진 나르키소스는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고 죽게 됩니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사랑을 느끼지만, 물에 비친 모습이 과연 자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인간인 이상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자신의 전부는 절대 아닙니다. 누군가 빙산의 일각만을 보면서 '참 크다'고 말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겠죠. 그처럼 '내가 생각하는 나'는 너무나 작은 부분이고 실제 나와 동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그토록 강조한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은 아주 거대한 빙산과 같은데, 스스로부터 저기 바다 위에 있는 조그만 일부만을 나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아래, 외면당하고 있는 내 안의 거대한 부분, 나의 여러가지 모습들은 얼마나 외로움을 느낄까요?
겉으로 비추어진 자신,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나의 모습만을 보려고 한다면, 결국 깊은 소외감과 절망감을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소통없는 죽음 뿐이죠. 이로 볼 때 사실 자기애는 자기를 사랑한다는 개념이라기보다,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에 빠져 아무것도 못 보는, '무감각'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와 관련해 나르키소스라는 말은 잠sleep 또는 무감각narke(ναρκη)에서 유래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내가 인정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도 많아서, 솔직한 남의 피드백은 모두 상처가 되고.. 결국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죠.
나르시스 신화는 거울에 비친 완전한 상이 아닌, 그 상 뒤에 있을 슬픔과 좌절, 분노감 등의 깊은 고통, 파편적이고 동물적인 본성들을 인지해야 할 필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향한, 진정한 관심 갖기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덧붙여, 우리 모두가 이 나르키소스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것 또한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이지 이러한 측면은 상담사인 저도 있고, 나의 양육자,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 모두 있습니다. 누군가가 비판하고 지적하는데 기분이 좋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주변의 누군가가 자기애적이라 심하게 불편하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자기애적 측면은 어떤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타인은 결국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