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과 환상]
멜라니 클라인에게 프로이트 무의식 개념은 큰 의미를 가짐.
무의식적 환상은 도처에 있으며 항상 모든 개인 속에서 활동(30p). 따라서 환상이 있다고 해서 이상한 게 아니며 환상의 유무가 현실감각 유무, 질병 유무에 대한 설명이 될 수는 없다.
프로이트에게 충동이란,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사이의 경계frontier에 있는 개념, 즉 유기체 내부에서 유래하고 정신에 도달하는 자극의 심리적 대리자' 로 기술된다(제임스 스트레치). 충동 자체는 의식의 대상이 아니고 충동을 대리하는 '관념'만이 의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충동의 작용은 적절한 대상에 의해 충동이 만족된다는 환상을 통해 정신적 삶 속에서 표현되고 대리된다. 충동은 출생 때 부터 작용하므로, 출생 때부터 환상적 삶이 존재한다고 가정된다.
[충동의 정신적 표현으로서 환상의 역할]
환상의 작용:
최초의 배고픔(=불쾌감) - 배고픔 만족을 위한 (충동의) 노력 - 배고픔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대상에 환상이 작용한다. → 이 때 대상에만 환상이 작용한다는 의미라기보다, 일련의 모든 상황에 환상이 작용한다는 의미로 이해됨.
환상은 육체적 활동과 심리적 활동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충동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유래하기 때문에, 이러한 근원적 환상은 육체적 현상, 그리고 정신적 현상으로 경험된다.
쾌락-고통의 원칙이 지배적인 동안(출생 초기를 의미하는 것 같음)에 환상은 전능하며, 환상과 현실 경험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음. 환상화된 대상과 그것으로부터 유래하는 만족은 신체적 사건으로 경험된다.
→ 출생 초기 아기는 나-타인 구분이 안 되므로, 환상-현실의 구분 또한 안 될 것. 위 현상은 이러한 아기의 특성으로 인한 것으로 여겨짐.
예를 들어,
1/ 손가락을 빨며 잠드는 아기: 아기는 정말로 '나는 젖을 먹고 있다' 혹은, '젖을 주는 가슴을 내 몸 속으로 받아들인다'는 환상을 가지며 잠이 듦.
2/ 배고파서 화가 난 아기: 소리지르고 발로 차며 실제로 '내가 젖가슴을 공격하고 파괴한다'는 환상 + '파괴된 젖가슴이 나를 공격했다, 그리하여 나는 파괴된 가슴으로 인해 상처를 입는다'는 환상을 가짐. 즉 결핍을 경험하는 아기는 배고픔의 고통과 비명을, 자기 내부에 대한 박해적 공격으로도 느낄 수 있다.
→ 이 때 아기는 '내가 파괴하는 것(능동)'과 '대상으로부터 내가 파괴됨(수동)'의 개념이 분리되지 않고 겹쳐 있는 상태일 것
자아는 충동과 불안에 추동되어 대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출생 때부터 아이는 현실의 충격을 처리해야 한다. 아기는 출생으로부터 시작해 욕망의 만족과 좌절을 끊임없이 경험한다. 이러한 현실 경험들은 즉시 무의식적 환상에 영향을 주고, 또 무의식적 환상에 의해 영향을 받음. 환상은 단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다. 환상에는 실제적 경험들이 항상 그리고 반드시 수반되며, 현실과 환상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32-33p) → 무의식적 환상이 현실 지각에 영향을 미치고, 현실 경험 또한 무의식적 환상에 영향을 준다는 것.
* 아기에게 있어 즉각 만족과 지연된 만족의 차이: 아이가 배고픈 즉시 젖을 먹게 되는 상황은, 오랜시간 굶주리다 젖을 먹는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름.
1 .아기가 배고픔을 느끼고 그 즉시 젖을 먹는 상황: 이 때 실제의 젖가슴은 아이 경험에서 환상화된 (좋은)가슴과 융합된다. 따라서 아기는 [아기 자신의 좋음=좋은 대상의 좋음] 이 강력하게 지속된다고 느낌. 그리고 이러한 좋은 경험은 분노를 경감, 박해적 경험 수정, 아기의 사랑과 감사, 좋은 대상(=세계)에 대한 믿음을 가동시킨다.
2. 아기가 매우 굶주리다 젖을 먹는 상황: 아기는 분노와 굶주림에 의해 압도된 상황. 이 때는 아기의 분노 환상이 작동되고 있을 때의 나쁜 경험이므로, 환상 속에서 나를 박해하는 대상과 (나쁜)나의 경험이 더 강력해짐. 이 때 아기는 '내 분노(혹은 나쁜 나)가 사랑보다 더 힘이 있다', '나쁜 대상이 좋은 대상보다 더 강하다' 느끼고, '외부 세계가 나쁨=나는 나쁨, 나쁜 내가 전능하다' 는 느낌을 확증받게 된다.
이렇듯 환경은 유아기/아동기에 중요한 영향을 주지만, 나쁜 환경이 없다고 해서 공격적이고 박해적인 환상과 불안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 아기는 출생부터 결핍을 경험하기에 박해적 환상/불안이 없을 수는 없고, 환경 영향은 아기 내부 충동과 환상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함. 따라서 아기가 나쁜 환상을 경험하고 있을 때 나쁜 경험이 더 큰 중요성을 띈다. (35p)
현재까지 언급한 환상은 [충동의 정신적 표현으로서 환상]이지만, 환상은 외적 현실 및 내적 현실에 대한 방어 등으로도 다양하게 기능한다. 아래가 내/외적 현실도피로서 환상 개념.
[내외적 현실로부터의 방어/도피 수단으로서 환상 개념]
환상은 충동 만족, 소망 충족을 목표로 하고, 이는 외부적 현실과 무관하다.
환상은 외적 현실에 대한 방어(1)이고 내적 현실에 대한 방어(2)이기도 하다. 환상은 (1)불쾌한 외부 현실의 인정과 좌절을 회피하게 할 수 있고, (2)자기 자신의 배고픔과 분노의 현실, 그 내적 현실을 방어할 수 있다. 1번은 실제적 과정이지만(현실과 관련) 2번은 정신적 과정(내적 정신과 관련)이므로 후자(내적 현실에 대한 방어로서 기능하는 환상)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환상은 다른 환상에 대한 방어로서 작용될 수도 있다. (*조적환상: 이상적 대상을 삼킨 자기에 대한 환상은, 파괴된/복수심 가득찬 대상(즉 나쁜 대상)이 자기 내부에 있다는 환상에 대한 방어인 것)
ex) 분석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분석가와 거리가 있는 도로에서 헤매다 상담 회기의 절반 이상 늦은 내담자
방어 메커니즘에 대한 해석은 -환자가 전이 속에서 분석가나 다른 대상 또는 자신의 자아 부분에 실제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고 느끼는 것과 관련해 환자에게 유의미하지 않다면 효과를 낳지 못한다. (38p)
* 본 포스팅은 도서 [클라인 정신분석 입문(한나시걸, 눈출판그룹)]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작성자 의견이 많이 들어간 부분은 글자색 및 폰트를 달리해서 작성하였으니 참고해주세요.